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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11호

역사와 책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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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민족문제연구소·포럼 진실과정의 l 출판사: 민연주식회사 l 13,000원 ㅣ355page l 발행일: 2022.12.31. l ISSN 2233-9833 l 9772233983009-11


책 소개

먼저 사죄와 함께 용서를 구하고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과거청산’이라는 화두를 안고 2011년 5월 창간호를 낸 후 2016년 12월 10호 발간을 끝으로 6년이라는 긴 휴지기를 가졌다. 잡지를 왜 계속 내지 못했는지를 설명하자면 편집진의 역량 부족과 에너지 고갈, 우호적이지 못한 집필 조건 등 다소 긴 이야기가 필요하겠지만 모두 구차한 변명만 될 것이다. 편집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역사와 책임』을 사랑했던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뿐이다.


잡지가 쉬는 동안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1945년 12월 재일조선인연맹이와테현본부와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와의 교섭과 실패에서 시작하여 1997년의 일본소송, 그리고 2005년의 한국소송으로 이어진 긴 역사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최종 확인한 판결이다. 기업에게 강제동원·강제노동의 법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다. 그러나 법적인 해결로 끝날 줄 알았던 강제동원 배상문제는 일본정부가 판결을 부정하고 오히려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한일 간의 정치·경제·군사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과거사 문제가 단지 ‘과거’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역관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질서변동 과정에서 과거사 문제가 차지하는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과거청산’을 사실상 부정한다고 평가받는 보수적인 인사가 상임위원에서 이어 차기 위원장으로 선정되어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되었다. 그는 사법부조차 인정한 ‘5·18 헬기 사격’을 허위사실이라 주장하고 ‘5·18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역사 부정이다. 위원장 교체로 인해 지난 2년간의 성과가 전면적으로 부정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제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걸었던 잘못된 길을 그대로 다시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후퇴를 막는 길은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의 견제와 감시뿐이다.


정권 교체로 인해 과거사 문제가 요동을 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무리 정치적이라 하나 한국처럼 롤러코스트를 타듯이 변화가 심한 사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문화가 그런 탓인지 전진과 반동의 진폭이 너무 커 즉자적인 대응을 하기에도 버거울 때가 많다. 가끔씩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사태를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진영을 정비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를 갖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지는 것은 우울하다. 그럼에도 조금은 긴 눈으로 우리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역사와 책임을 다시 내려는 것도 조금은 긴 호흡으로 우리의 문제를 되돌아보려는 또 한 번의 시도일 것이다.


이번 호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기적 모습을 갖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서 빚어야 제 맛이듯이 잡지 편집진도 새롭게 구성하고, 편집 방침에도 다소 변화를 줄 것이다. ‘과거청산’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하되, 논문의 수록 범위를 근현대사 일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도 목표로 두었다. 잡지를 지속적이며 안정적으로 발간하기 위한 모색의 일환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번호는 특집과 논문, 현장, 책소개, 자료소개의 순으로 구성했다.


<특집>에서는 올해 6월 유엔 진실·정의·재발방지 특별보고관 파비안 살비올리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연대기구가 만든 「한국의 과거사 청산 시민사회 보고서」를 실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의 ‘진실·정의·재발방지 권리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의 법정책에 관한 시민사회 보고서’라는 글을 시작으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일제 강제동원 문제, 사할린 한인 문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제주4·3문제, 군부 독재정권의 고문과 국가폭력, 인혁당재건위 사건,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납북귀환어부와 국가폭력,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사건, 의문사 진상규명, 국가에 의한 배제와 감금-수용시설, 한국 해외입양 과정의 입양인 인권 현황과 과제, 대통령 긴급조치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문제, 한국의 포괄적 명예회복 조치-민주유공자법 제정 등에 이르기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각종 현안을 망라했다. 목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국가라는 이름 하에 벌어진 심대한 인권침해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알 수 있다.


<논문>에서는 세 편을 실었다. 박강성주는 「진실화해위원회 기록과 과거청산 : 김현희-KAL858기 사건을 중심으로」에서 진실화해위원회가 수집하고 생산한 기록을 중심으로 KAL858기 사건의 맥락을 재구성하였다.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국가정보원의 조사보고서 등과 교차 검증하는 방법을 취했다. 심철기의 「일제하 일본제국대학 의학분야 조선유학생의 유학 현황」은 해방 후 한국 의학계를 이끌었던 인물 대다수가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식민지기 제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의 현황과 성격을 분석하였다. 홍성후는 「장진광의 연안 항일투쟁과 미술활동」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항일 미술가 장진광을 발굴하여 소개하였다. 중국 상해, 광주, 한구, 연안 그리고 해방 후 평양에서 활동한 만큼 우리들에겐 낯설지만, 총과 붓으로 해방과 혁명전선에 뛰어든 항일운동가의 삶을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는 지구촌동포연대(KIN) 사무국장 최상구가 오랜만에 우토로 소식을 전한다. 2005년 지구촌동포연대가 우토로를 방문하면서 시작된 거주권쟁취운동은 숱한 시련을 겪고 현재의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기념관 건립 기념식 현장과 함께 혐오범죄(hate crime)인 우토로 방화사건까지 안내하고 있다.


<책소개>에서는 두 개의 주제를 다뤘다. 조경희는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연속 기획한 『주권의 야만』, 『‘나’를 증명하기』, 『두 번째 ‘전후’』를 소개하였다. ‘전후’와 ‘해방 후’라는 용어가 가진 한일간의 역사인식/정치인식의 차이가 개인의 삶-밀항, 수용소, 국적, 여권, 등록 등의 생활영역에서 담론의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키는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원은 『민주노조, 연대 그리고 변혁-1980년대 노동운동의 역사 를 소개하였다. 1980년대의 노동운동사는 민주노조 결성과 연대투쟁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지금의 노동조합 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숱한 승리와 패배, 시행착오와 분투의 연속이었다. 오랜만에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실상은 잘 모르는, 그렇지만 가슴을 뜨겁게 하는 사안을 환기시키고 있다.


<자료>에서는 앞서 언급한 파비안 살비올리가 2021년에 제출한 「이행기 정의 조치와 식민지 상황에서 자행된 심각한 인권 및 국제인도법 위반의 유산 해결」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식민지배 하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이행기 정의의 관점에서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는 매우 의미가 크다. 또한 일부 학자들과 시민사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던 ‘식민지 지배 책임’ 문제를 유엔의 공론장에서 논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어 지면을 할애했다. 일부 시사적인 글들은 쓴 지 다소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시점상 과거형으로 수정해야 하나, 글 쓸 당시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


혼돈의 시간 속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라는 ‘자연의 복수’가 우리를 전혀 낯선 환경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지금까지 자연을 대하던 방식에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AI의 발전 속도는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조직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미중 간의 갈등 고조로 해체되어 가던 기존의 동북아 국제질서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요동치고 있고, 남북 관계 또한 그 흐름 위에 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슴푸레하게나마 방향은 더듬을 수 있겠으나 그 속도나 폭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국내 정치는 단기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변화에 대한 대비는커녕 상식적인 대화조차 어려울 정도로 증오정치가 힘을 받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해법마저 모두 법 기술로만 해결하겠다고 덤벼드는 하책 중의 하책만 정책으로 제출되고 있어 걱정이다. 정치가 사라졌다. 단기적이긴 하겠지만 퇴행을 막기 위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될 판이다. 어렵게 성취한 지난날의 성과를 되돌리려는 반동의 물결을 막기 위해서는 연대의 손을 맞잡고 슬기롭게 대처해갈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기에 『역사와 책임』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 민 철


차례


권두언 l 김민철


특집
○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 한국의 과거사 청산 시민사회 보고서
○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권리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의 법정책에 관한 시민사회 보고서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 ‘2015’한일합의 복권시도에 맞서 –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현황과 과제 – 김영환
○ 사할린 한인 문제의 현황과 과제 – 최상구
○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 신재욱
○ 제주4·3문제의 현황과 과제 – 김종민
○ 군부 독재정권의 고문과 국가폭력 – 이사랑
○ 인혁당 재건위 사건 – 4.9통일평화재단
○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 김영진·조영선
○ 납북귀환어부와 국가폭력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현황과 과제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 의문사 진상규명의 현황과 과제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 국가에 의한 배제와 감금 – 수용시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장애포럼
○ 한국 해외입양 과정의 입양인 인권 현황과 과제 – 신필식
○ 대통령 긴급조치 사건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 삼청교육대 사건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문제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 한국의 포괄적 명예회복 조치 : 민주유공자법 제정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자료
○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 방지 보장의 증진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이행기 정의 조치와 식민지 상황에서 자행된 심각한 인권 및 국제 인도법 위반의 유산 해결 - 파비안 살비올리(Fabiá Salvioli)


논문
○ 진실화해위원회 기록과 과거청산 : 김현희-KAL858기 사건을 중심으로 – 박강성주
○ 일제하 일본제국대학 의학분야 조선유학생의 유학현황 – 심철기
○ 장진광의 연안 항일투쟁과 미술활동 – 홍성후


현장
○ 다시 만난 우토로,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를 – 최상구


책소개
○ ‘전후’와 ‘해방후’의 격차를 조명하다 :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주권의 야만』, 『‘나’를 증명하기』, 『두 번째 ‘전후’』 - 조경희
○ 이름 없이 사라진 이들과 역사에 대한 ‘레퀴엠’ : 김원 외 편, 『민주노조, 연대 그리고 변혁 – 1980년대 노동운동의 역사』,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2017 - 김원

상품 상세 정보
상품명 역사와 책임 11호
저자 민족문제연구소, 포럼진실과정의
출판사 국내
판매가 13,000원
ISBN 2233-9833 l 9772233983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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